신입 서버 프로그래머로 입사한 지 약 4개월이 지났다.
경험적으로 깨달은 교훈들을 정리해본다.
1. 사건이 일어났을 때 주의를 기울이자.
라이브 중인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 팀의 서버 프로그래머들이 모두 달려들어 한 사람이 모니터를 보고, 그 사람 뒤로 모두가 병풍처럼 서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전형적인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때 갓 입사한 신입 팀원이 할 수 있는 건? 아마도 99% 확률로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이때 "나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니까, 다들 지금 굉장히 예민한 상태니까 얌전히 있자" 라고 생각하지 말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그 대열에 끼여서 무슨 상황인지, 무슨 이야기가 오가는지 귀담아듣자.
내가 아는 단어들이 있을 수도 있고, 모르는 키워드가 있을 수도 있다. 낯선 용어가 나오면 메모해두고, 따로 찾아보자.
어떤 문제가 발생했고 왜 발생했는지 혼자서 정리해보고, 이해가 안 되면 멘토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자.
"안 그래도 피곤하실 텐데, 귀찮게 만들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할 필요 없다.
"A 때문에 B 라는 의도치 않은 문제가 발생했고, C로 해결을 한 것으로 이해했는데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같은 식으로 내가 이해한 만큼 설명을 하고, 어떤 문제가 왜 발생했고 어떻게 해결했는지 알고 싶다는 것을 충분히 표현하자. 그리고 포스트모르템 문서가 공유되면 꼭 읽어보자.
시험 문제는 맞췄을 때보다 틀렸을 때 더 기억이 오래간다.
그와 비슷하게 어떤 사건을 겪으면 그 사건과 연관된 개념, 지식은 오래 머릿속에 남는다.
Ex) 로컬 캐시 동기화 문제 때문에 곤혹을 치러 본 사람은 비슷한 실수를 하지 않을 것이다.
비록 내가 사건을 발생시킨 당사자가 아닐지라도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충분히 그 사건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도움이 된다.
2. 눈치보지 말고 질문하자.
멘토가 여유로운 상태에 있을 확률이 높아봤자 얼마나 되겠는가?
특히 멘토가 실력이 출중한 사람이라면 회사에서 과연 멘토가 여유롭도록 내버려 두겠는가? 멘토는 바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멘토는 내가 신입이라는 것을 알고 있고, 온보딩 과정 중이라는 것을 이미 인지하고 있다.
걱정하지 말고, 너무 눈치보지 말고, 멘토가 바빠 보여도 질문하자.
정 부담스러우면 Slack 같은 메신저로 질문을 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역시 바로 같이 모니터를 보면서 대화하거나, 화이트보드에 그림으로 그리면서 설명을 듣는 것이 효과가 좋았다.
내가 빠르게 적응하고 성장해서 쳐낼 수 있는 업무량이 많아지는 것이 멘토를 포함한 팀원들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니 배움을 얻는 데 있어 개의치 말자.
3. 멘토와 피드백을 짧게, 자주 주고 받자.
본인과 멘토의 성격에 따라 자주 티타임을 가지면서 캐쥬얼하게 피드백을 받을 기회가 많을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요청해야 한다.
10분 ~ 15분 정도로도 충분하다.
어떤 업무를 하고 있고 어떤 상황인지, 무엇이 잘 되어서 기분이 좋으며 무엇이 잘 막혀서 버거운지.
멘토가 생각하는 내 status와 나의 실제 status를 잘 동기화시키자.
학습과 성장에 있어서 어떤 고민이 있는지 공유하고 조언을 얻자.
Ex)
2주 간격으로 특정 개념을 공부하고 15분 내외로 발표하는 시간을 갖고 있는데,
발표를 들어주는 팀원들에게 더 유익한 시간이 되었으면 해서 멘토분에게 티타임을 잠시 청했다.
멘토분은 실제 회사 내 서비스에서 해당 개념이 어떻게 사용되고 있는지, 혹은 다른 회사에서는 어떤 활용 사례가 있는지
실제 사례를 예시로 들어 설명을 해주면 서비스 구조 파악에도 도움이 되고 듣는 사람에게도 좀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조언해주셨다.
혼자서 "어떻게 하면 더 도움이 되는 발표를 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적극적으로 멘토(를 비롯한 주변 팀원들)에게 조언을 구하자.
4. 겁먹지 말자.
사람들은 가십거리를 좋아하지만, 동시에 생각보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다.
에러가 터져도, 내가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아도 겁먹지 말자.
에러가 터지면? 침착하게 에러 로그를 보자. 설정값들을 다시 확인하고, 디버거를 붙여보자.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받으면? 대답 못 했다고 참수형이라도 당하는가? 모르겠다고 하고, 내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지식이면 공부하자.
"이런 에러도 금방 못 고치다니", "대답할 수 있어야 했었는데" 하며 자학하지 말자.
친한 친구에게 면전에서 할 수 없는 말은 본인한테도 하지 말자.
회사/팀원은 어떤 사람이 팀원이 되기를 원하는가? 사람들은 어떤 사람과 팀원으로 일하고 싶어하는가?
인성에 큰 결함이 없으면서 일을 되게 하는 사람이다. 너무 긴장하지 말고 주어진 일을 잘 쳐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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